남북 축구대표팀이 가장 최근 국제무대에서 격돌한 것은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다. 당시 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풀리그에서 1승2무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3대0으로 눌러 극적으로 미국행 티켓을 따낸 경험이 있다. 그후 남북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맞붙은 적은 없다.
그런데 내년 2월9일부터 시작하는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앞두고 남북이 같은 조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생겼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22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내온 최종예선 시드배정 결과를 보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1번 시드에 편성됐다. 북한은 쿠웨이트와 함께 4번 시드에 들어갔다. 2번 시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3번 시드는 바레인과 우즈베키스탄이다. 같은 시드에 든 팀들은 2개조로 나뉘어 벌어지는 최종예선에서 맞붙지 않는다. 이에 따라 12월9일 아시아축구연맹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조 추첨식에서 남과 북이 같은 조에 속할 가능성은 50%로 예상된다.
남북이 아시아 최종예선 같은 조에 편성되면 북한이 특별한 사정을 내세우지 않는 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남북 축구대표팀이 남북을 왕래하며 경기를 한 것은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 직후인 10월 열린 ‘통일축구’가 마지막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남과 북을 다른 조에 편성할는지 모르지만 같은 조에 편성된다면 남북을 왕래하며 축구경기를 벌여 남북긴장 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중잡지 ‘천리마’ 10월호에서 남북 친선축구의 명칭을 ‘경평축구’가 아니라 ‘통일축구’로 부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수 북한 축구팀 감독도 지난 18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 6차전을 마친 뒤 “남북이 단일팀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남한 응원단이 북한에 가고, 북한 응원단이 남한에 와서 응원한다면 남북축구경기는 정말 볼만할 것이다. 여기에다 남북단일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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