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1시34분 일본 나리타공항, 5천~6천여 인파가 모여들었다. 공항 개항이래 초유의 인파다. 전날 미리 노숙한 사람도 많았다. 단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다. 이윽고 그 사람이 나와 로비에서 손을 들며 미소지었다. 대부분이 여성들인 환영객들의 카메라폰이 일제히 치솟으며 ‘찰칵’소리를 냈다. ‘환영합니다’ ‘사랑해요’라고 한글로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여기 저기서 춤 추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도 많았다. 나리타 공항은 환호성과 열광의 열기로 뒤덮였다. 경찰관 100여명이 경비를 하느라고 진땀을 쏟았다.
그 사람은 일본 텔리비전 방송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겨울연가’의 남자 주인공 ‘욘사마’다. 배우 배용준(32)의 일본인 애칭이다. 용준의 용에 경칭인 ‘사마(樣)’를 합성하여 ‘욘사마’(ヨン樣)라고 한다. 사진전 홍보차 7개월만에 다시 일본에 들렀다. 공항을 나와 도쿄 도심 뉴오타니 호텔로 떠나자 도착 광경을 생중계하던 민영방송들은 헬리콥터를 띄워 계속 중계했다. 외신들도 긴급 타전했다. AP는 ‘한국의 드라마 스타가 도쿄 공항에 수천명을 운집시켰다’, 로이터는 ‘용사마 도착 팬들 광란하다’라는 제목을 부쳤다.
일본인 팬들은 호텔까지 쫓아가 로비가 마비되기도 했다. ‘욘사마’가 들른 음식점은 고객이 밀려 대박이 터지고 ‘욘사마’가 앉았던 좌석은 행운의 자리일 만큼 같은 손님끼리도 차지하기가 어렵다. 일본 열도에 일대 선풍을 일으킨 ‘욘사마’붐으로 일본인 한국관광객이 늘어 ‘겨울연가’ 촬영 현장인 용평리조트는 30배가 몰리는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기여했다. 배용준이 일본에서 전무후무한 한류(韓流)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은 분명히 한국이 낳은 히어로다. 그러나 일본인 팬들의 열광은 어디까지나 ‘욘사마’ 개인이지 한국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 대한 공연한 자만심은 이래서 금물이다. 배용준은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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