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는 우리말로 휘장이다. 신분이나 직무 또는 명예를 드러내기 위해 모자나 옷에 다는 표장인 것이다.
이 점에서 양복 등 앞가슴에 단순히 장신구로 다는 브로치(brooch)와는 구별된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는 브로치외교로 정평이 났었다. 주제가 있는 브로치를 달고 협상 테이블에 임하곤 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중동 평화 협상 때는 교착 국면을 꼬집는 의미로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갔다.
배지의 유래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계급이나 직무표시를 부착물로 많이 표시해온 서양문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의 군대 계급장도 서양문화의 전래인 것이다. 개화기 이전의 군대는 복장과 복색으로 계급을 구분했다. 조정 신료의 당상관과 당하관도 홍색과 청색 그리고 문관은 관복의 가슴에 학 두마리가 수놓인 쌍학과 한마리인 단학으로, 무관은 호랑이 두마리가 수놓인 쌍호와 한마리인 단호로 구분했을 뿐이다.
현행 국내 공인 배지로는 국회의원·지방의원 배지, 국무위원(총리·장관) 배지, 정무위원(차관) 배지, 공무원 배지 등이 있다.
배지하면 또 유명한 배지로 김일성 배지를 들 수 있다. 1970년 11월 로동당 5차대회 때 지역 대표들에게 배부되면서 전 인민에게 확산됐다. 북측은 이를 ‘초상휘장’이라고 하는 것 같다. 김정일 배지가 김일성 주석 사망이후 1994년에 또 나왔고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도 등장했다. 이러한 배지는 모두 평양의 만수대창작사에서 만들어 왔다.
그런데 김정일 배지나 부자 배지는 왼쪽 가슴에 다는 패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전한다. 해외 공판이나 대외무역 종사자, 외국인 안내자들은 김일성 배지만을 달게 했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나 배지는 최대의 경외심이 담긴 성물로 다룬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 김대중·김정일 사진이 찍힌 현수막을 북측 여자선수들이 “위대한 장군님 사진을 비맞게 놔두었다”고 울먹이며 철거하는 것을 보았다. 대외적으로 배지다는 걸 제한하는 것을 보면 인물 배지가 많은 게 심한 우상화임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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