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어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대체로 사람보다 높다. 야생에 길들여진 유전적 보호 본능이다. 마지막 협객이라고 했던 고 이성순씨(시라소니)가 불패의 쌈꾼이던 것을 가리켜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가 이래서 나왔었다.
예컨대 총을 생전 처음 보는 야생 동물이 위해물이란 것을 알고 대처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지는 것을 안 보고도 순간 순간 미리 감지하며 정확히 대처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쌈이 아닌 스포츠의 격투기에도 이러한 동물적 감각을 지녀야 유능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동물적 감각은 호랑이나 사자처럼 큰 맹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야생동물에게도 있다. 출항하여 파선될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배 안에 있던 쥐들이 먼저 뭍으로 나온다. 영화 ‘데이리잇’에서 폭파되어 막힌 수중터널속의 출구를 먼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아닌 쥐떼다. 지진이 일어나려면 물고기떼나 개미같은 곤충이 미리 이상 징후를 보인다.
미국 국방부가 바퀴벌레 같은 곤충을 이용해 테러를 조기에 감지하는 연구에 나섰다는 외신이 있었다. 곤충이 생물·화학물에 지닌 뛰어난 동물적 감각을 활용하여 이 분야의 테러를 방지하는 일종의 경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연구중인 한 생물학 교수는 “사람이 만든 감지기보다 벌레들이 탄저균이나 독성물질 등을 더 철저하게 포착하는 생물 센서의 기능이 높다”고 밝혔다. 생물 센서들이 생물·화학적 위험을 포착했을 때 사람들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반응적 변화를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전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거나 여름철 잠자리떼가 높이 날면 날씨가 어떻다거나 하는 것 등 많은 속언 역시 동물적 감각을 감지한 얘기다. 철새가 망망대해를 날며 방향을 잡는 것도 동물적 감각이다. 학계는 철새의 비행에 자기설 등을 말하지만 정설은 확실치가 않다. 이처럼 현대 과학이 아직 규명하지 못한 동물적 감각을 인간은 다만 경험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과학연구 작업이 하필이면 바퀴벌레인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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