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노동자가 있다. 고매한 직업의 화이트 칼라가 아니다. 날품 파는 진짜 노동자다. 박사는 전공 분야가 뭣이든 학문의 달인이다. 마땅히 학계에 종사해야할 박사 근무처가 공사판인 것은 지적 낭비다. 사회구조가 잘못 됐거나 학위과다가 잘못 됐거나 아무튼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환경미화원 공모에 대졸 학력이 몰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됐다. 환경미화원의 직업이 어떻다는 게 아니다. 생활환경의 첨병 역할을 한다. 다만 단순 근로 직업에 대졸 학력이 취업을 못해 안달인 것은 지적 손실이다.
서울고등검찰청의 기능직 10급 방호원 공모에 10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예비역 소령 등 장교 출신과 유명 대학 출신들이 청사 경비업무를 맡겠다며 대거 취업을 희망했다.
지식산업체라고 해서 지식인의 취업이 용이한 것도 아니다. 한국석유공사 신규공채에 응시한 사법시험 합격자 4명은 모두 영어 성적 미달로 탈락했다. 사법연수원을 나와도 취업이 안되는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수두룩하다.
또 영어를 잘 한다고 다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LG칼텍스정유의 경우, 외국 대학에서 석사 등 학위를 딴 유학파 지원자가 365명이나 몰렸지만 1차 면접에서 364명이 탈락했다. 인성과 협동심 등 테스트에서 미달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취업이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 교수들이 졸업한 제자들 이력서 뭉치를 들고 취업 세일즈에 나서는 것 쯤은 예사가 됐다. 청년 실업자의 모임으로 ‘전백련’(전국백수연대)이 다 있다. 대기업조차 신규 채용을 아예 안하거나 인원을 크게 줄이다보니 취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도 신규 채용보단 있는 사람도 감당못해 줄이는 구조조정에 신경을 더 쓴다.
경제가 안좋아 인건비를 줄이려다 보니 이런 취업난이 점점 더 심화해 간다. 정치권은 성장이 우선이다, 분배가 우선이다 하며 야단이지만 입씨름 뿐이다. 인원이 많건 적건 고용 인력을 두어 월급을 주며 더불어 사는 기업주와 자영업자가 성장과 분배에 기여하는 진짜 애국자라는 생각을 갖는다. 노동자를 착취 대상으로 본 마르크스의 노동잉여가치설이 얼마나 낡은 이념인가를 보여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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