鐘소리

범종(梵鐘)은 오늘날 남아 있는 불교 미술품 중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는 금속 예술품이다. 한국의 범종은 별도로 ‘한국종’으로 분류될 만큼 독자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종은 무엇보다 은은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종은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미소를 띤다. 종의 윗부분 고리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겉에는 ‘당초문’이라는 덩굴무늬나 불교의 보살과 같은 무늬가 주로 등장한다. 종을 치는 곳에는 ‘비천상’이라고 불리는 하늘을 나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한국종은 무엇보다도 은은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비법은 대나무 모양의 원통에서 나온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범종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 있는 동종으로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보다 약 50년 전인 725년에 만들어졌다. 신라 33대 성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범종이다. 종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를 넣었으며 이 때문에 종을 칠 때마다 아이의 구슬픈 소리가 ‘에밀레, 에밀레’하고 들린다고 하여 ‘에밀레종’이라고 불린다.

성덕대왕신종은 예불이나 의식, 식사시간 등 불교에서 각종 행사나 일상적인 업무를 알리는 데 사용하는 4가지 물건 중 하나다. 사물의 소리는 온 세상에서 살아가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각각 그 대상을 달리 한다.

법고(法鼓)라고 불리는 북은 지상에서 살아가는 가축이나 짐승이 구원의 대상이다. 청동이나 쇠로 만드는 구름 모양의 운판은 공중을 떠돌아 다니는 영혼, 특히 새를 극락으로 인도한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목어는 물에 사는 동물의 영혼을 구원하며 범종에게는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불교에서는 범종의 소리를 들으면 온갖 고민과 갈등에서 벗어나서 수행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자가 아니어도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들리는 인근 청련암의 범종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맑아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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