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하고 밥먹는 데 1억1천여만원이나 2억6천여만원을 내고 먹으라면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 같으면 말이다. 미국 사람들은 다른 모양이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취임식을 내년 1월19일 앞두고 취임식준비위는 이런 만찬 참석 티켓을 대량 우송판매에 나섰다.
티켓도 25만달러 짜리 10만달러 짜리 등 여러가지다. 부시대통령 부부, 체니 부통령 내외, 바버리와 제너 등 부시의 두 딸, 이런 사람들과 다 같이하고 또는 일부만 같이하는 자리 등에 따라 가격 등급이 매겨졌다. 대통령 취임식이 완전히 돈잔치인 데도 준비위측은 “고액 기부자들 덕분에 서민들이 참여하는 취임 축하 무도회 입장료는 싸게 먹힌다”며 되레 선심 생색을 내세운다. 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같으면 그런 입장료 역시 싼 건 고사하고 당연히 무료로 해야 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토록 비싸도 대기업이나 부호들은 더 비싼 티켓을 못구해 안달인 것으로 보아 4천만달러 모금 목표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또 이러한 모금은 대통령 취임식서 으레 한몫 잡는 관례로 인식됐다. 돈 내고 대통령과 밥먹는 사실을 우리 같으면 창피스럽게 알 것인데도 미국 사람들은 또 달라 영광으로 아는 모양이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밥먹는 데 내는 그러한 거액이 과연 순수한 기부금이냐, 아니면 뇌물성 보험이냐다. 그래도 그렇지 거액의 밥상을 사준 사람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아무리 미국문화가 그런다 하여도 뒷배를 보아주는 것이 인간의 상정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음에 우리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식 흉내를 낸다면 어떨까 한번 가상해 본다. 잘은 몰라도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취임도 하기 전에 인기가 폭락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나 한국 대통령이나 도덕성을 따지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처럼 엄청난 가치 판단의 차이가 있다. 이것이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격차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상품화는 미국문화 중 오만의 극치다.
공개리에 정치모금을 하는 것은 후원회 활동으로 족하다. 행여라도 미국 대통령 취임식 흉내를 내자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여 두렵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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