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산업스파이 사건은 모두 22건으로 총 31조원 가량의 국부가 해외로 새나갈 뻔 했다. 산업스파이에 의해 흘러나가는 기술들의 종류는 반도체, 휴대전화, LCD, 의료장비, 제약기술 등 첨단 핵심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관련 종사자 중 일부는 ‘기술용역’으로 전락해 국가의 ‘10년 먹을거리’를 경쟁국가로 앞다퉈 빼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이후 국정원이 적발한 산업스파이 적발건수(62건) 중 전·현직 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이 90%(전직 38건, 현직 18건)에 달했다. 산업스파이는 관련 기술을 완전히 넘기기 전 해외 경쟁업체와 매출액의 최고 1%를 넘겨 받기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첨단기술이 필요한 해외 경쟁업체는 산업스파이 고용계약 당시 관련 기술의 2~3%만을 보고 대개 6개월마다 성과에 따라 몸값을 올려주는 게 관행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일부 경쟁국 업체들은 한국지사를 통해 첨단기술을 훔쳐가기도 한다. 국내 의료벤처의 대표기업인 메디슨의 전직 임직원 3명은 이 회사가 420여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만든 ‘3차원 동영상 초음파진단기’핵심기술을 경쟁업체인 해외 S사의 한국지사에 유출하다가 검거됐는데 이들은 연봉의 10~30%를 더 받는 조건으로 산업스파이가 됐다.
산업스파이 때문에 곤경을 겪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00년 1월 제정된 인터넷 관련 기밀보호법 등을 통해 산업기밀 유출을 국가안전의 위해로 판단, 중형에 처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의 검열을 통해 첨단기술과 국가기밀 누설시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게 규정했다.
미국은 산업·경제정보에 대해 경제 스파이법으로 형사처벌을, 통일영업비밀보호법으로는 민사적 규제를 각각 하고 있다. 종합무역법은 미국기업의 해외매각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매각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년 간의 경기침체가 기술유출의 안이한 대응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2002년 지적재산 전략강령, 2003년 기술유출 방지지침을 잇따라 제정했다.
기밀누설로 최근 사형까지 규정한 중국의 예를 보아 우리나라 처벌법은 너무 약하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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