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主掌)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대학에서 교수의 지휘를 받아 학술·기예에 관한 사무를 보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조수(助手)의 낱말 풀이다. 민중서림이 펴낸 국어대사전에서다. 다른 사전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나이든 사람들이 갖는 조수의 어감은 선뜻 자동차 운전수 조수를 떠올린다. 일본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豊田)나 미국 제너럴 모터카 코포레이션(General Motorcar Corporation)사가 만든 군용 트럭이 국내에 일반화됐을 때다. 여객 버스가 대중화되지 못했으므로 돈 받고 화물도 싣고 사람도 태우곤 했다. 도요타 트럭은 일본식 발음인 ‘도라쿠’라고 했고 GMC트럭은 ‘제무시’로 통칭됐다. 그 무렵은 운전수라고 불렀지만 ‘운전사’라고 하는 지금보다 더 대우받았다. 트럭 운전수를 따라 다니는 조수는 온갖 잡심부름과 기름 범벅이 되는 고생을 하면서도 선망의 운전수가 되기 위해 충성을 다 했다.
중국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들은 ‘조수’란 말에 중국 외교부의 해명이 있었다.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을 갖는 자리에서 정 장관을 가리켜 “노무현 대통령의 조수…”라고 한 것은 좋은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 기자들이 어색하게 여겨 질문한데 대한 이같은 중국측 해명은 “중국에서 조수라는 표현은 핵심 참모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통역자가 한자어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중국서 가진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북한 문제는 미국의 개념에 맞출 게 아니라 우리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국내에서) 체제 변경론, 북한 붕괴론이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그같이 밝혔다.
정 장관의 중국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과 상통하는 발언으로 맥락을 같이하는 얘기다. 중국을 간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간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생각되는 건 있다. 그 옛날 운전수가 되기 위해 온갖 충성을 다하던 조수가 떠오르면서 우 위원장의 ‘조수’ 표현이 어떤 의미였던 과히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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