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럭질’

북의 식량 구원은 국제사회에 이미 정평이 나있다. 남쪽에서 해마다 쌀 40만t, 비료 20만~30만t씩 보내주는 것 말고도 미국 일본 중국 등지서 쌀을 보내준다. 지난 용천 폭발사고 땐 국제사회에서 245억원 상당의 구호품을 지원했다. 남에서는 646억원 상당의 구호품을 보냈었다.

일본은 가짜 유골사건으로 올 대북 식량 지원계획 중 남은 쌀 2만t을 선적하려다가 보류해 놓고 있다. 북측 당국은 쌀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러다보니 이젠 얻어먹는데도 이골이 났다.

‘주민들이 사사려행(개인여행)으로 이웃나라(중국 러시아)에 가 민족적 존엄을 훼손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북측 로동당이 간부용 ‘국경연선(지역) 정치사업 자료’로 펴낸 교양(교육) 내용의 일부다. 이웃 나라에 려행 가서는 친척 등에게 ‘무엇이 부족하오’ ‘무엇이 없소 하면서 비럭질(빌어먹는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려행자의 짐에서 입지도 못할 헌옷가지가 나오고, 돈벌이할 녹화물 중엔 이색녹화물(음란성 비디오 테이프)이 적지 않다고 예시했다.

북측은 이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반공화국 모략 책동을 도와주는 이적행위’라는 것이다. 이적행위의 적은 남쪽을 지칭한다. 쌀과 비료를 보내주고 구호품을 보내주고,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국가보안법을 폐기한다 어쩐다 하는 데도 북측은 여전히 남쪽을 적의 개념 속에 넣고 있다.

북녘 정권은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수치감을 모른다. 자기 나라 인민들이 배고파 탈북 사태를 빚고 있는 데도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미가 없다. 인민들에게 먹이는 것 하나 제대로 못먹이면서도 되는 말 안되는 말 온갖 허튼 소린 다 한다.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먹는 데 이골이 난 평양 정권이 인민들이 비럭질하는 것을 이적행위라고 하는 건 억지다. 집권세력이 국제사회에서 쌀 비럭질하는 것은 비럭질이 아니고, 인민들이 사사로 비럭질하는 것은 범죄가 된다는 논리는 웃긴다. 제발 식량의 자급자족으로 국제사회에서 쌀 비럭질 안해도 되길 바란다. 자기네 말대로 ‘민족적 존엄을 훼손’시키는 쌀 동냥을 국제사회에서 더는 없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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