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학인협회(회장 송효숙)가 마련한 제7회 경기문학인상 시상식 및 2004년 송년문학축제가 그제 저녁 경기도여성회관 강당에서 있었다. 본상은 은결 시인, 젊은 작가상은 박병철 시인이 각각 수상한 이날 축제 프로그램 중 명사들의 애송시 낭송이 있었는데 유동준 정월나혜석기념사업회장은 신동엽(1930 ~1969)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낭송했다.
원로시인 황금찬(1918 ~)선생과 만해마을 대표 이근배 시인은 수백 편의 시를 암송하는 기억력을 갖고 있지만 시를 암송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유동준 회장은 전에 다른 문학행사에서도 그랬었지만 “껍데기는 가라. / 4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후략)” 하고 듣기 좋게 낭송했다.
애송시 낭송은 뒤풀이 장소에서도 이어졌다. 하객으로 참석한 강성구 전 국회의원이 대학동기인 조석구(전 오산문화원장) 시인의 ‘작은 숲 속 길’과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을 낭송했다. MBC TV 기자, 앵커, 사장을 역임한 강 전 의원은 “투명한 생각 하나 / 숲 속으로 난 / 작은 길을 걸어 간다 // 이런 날은 으레 / 순금빛 바람이 불어 온다 // 우리들은 참나무 아래 모여 앉아 / 붉은 가난과 외나무다리를 꺼냈다 // 사는 거여 / 참고 사는 거여 // 그 날의 결론이었다” 라고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낭송했다.
그러고 보니 2004년 한 해는 정말 무던히도 많이 참고 살았다. 오늘 밤만 지나면 2005년이다. 그래서 임병호 시인은 ‘歲暮의 노래’를 이렇게 불렀다. “세월은 / 떠나는 것이 아니다. / 세월은 / 흘러오는 것. // 그리움 가슴에 안고 / 잠 못 이룬 날도 있었지만 / 삼백육십오일을 / 하루처럼 살았다. // 서러워하지 않으며 / 분노하지 않으며 / 뉘우치지 않기 위하여 / 삶을 사랑했다. 사랑했다. // 세월은 / 떠나는 것이 아니다. / 세월은 / 보내는 것. // 잘 가거라, 세월이여 / 올 한 해도 행복했다. // 제야의 언덕에서 / 그리운 이름 부르면 / 눈부신 세월이 흘러온다. / 새 빛이 가슴을 밝혀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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