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새벽’은 동서고금을 통해 예술, 특히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됐다. 한국에는 정한모(鄭漢模·1923~1991)선생의 제4시집 <새벽> 이 유명하다. 새벽의 뜻이 날이 밝을 녘, 먼동이 트기 전이 듯 새벽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한모의 시집 <새벽> 의 작품세계 역시 독자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준다. 시집 <새벽> 은 크게 보아 ‘새벽’이라는 미래지향의 역사의식을 다룬 시와 ‘어머니’라는 대지적 사랑, 또는 근원적 고향을 천착한 시로 대변된다.

‘새벽·1’은 어둠속에서 새로운 빛과 생명을 예감하는 미래지향의 시의식을 보여준다. “새벽을 예감하는 눈”은 험난한 과거와 어두운 현실 속에서 밝고 힘찬 미래를 내다보는 정신의 힘, 즉 역사의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새벽·7’에는 밤이 표상하는 현실의 어둠에 대한 대결정신이 드러난다.

“암흑의 공포 / 그 두꺼운 벽을 향해 / 건곤일척 / 일격을 가하는 / 철권같은 울음 소리”라는 구절 속에는 온갖 불의와 비순수, 그리고 악덕에 저항하는 휴머니즘의 대결정신이 들어 있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과 대결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신념과 희망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정한모의 역사의식은 확실한 방향성을 획득하게 된다.

연작시 ‘새벽’이 미래지향의 역사의식을 지향한 데 비해 ‘어머니’는 현실을 있게 하고 튼튼히 지탱시켜 주는 과거지향적인 사랑을 추구하고 있다. ‘어머니·1’에서 어머니는 온 가족의 “생명의 샘꼭지”이며 동시에 “우리집 기둥”을 떠받치는 힘으로 존재한다. 부부와 자식만 있고 점차 ‘어머니’를 잃어가는 핵가족 중심의 불안한 현대적 가족구조 속에서 잊혀져 가는 어머니의 의미와 그 위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올바른 인생이 가족질서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는 데서 성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한모는 시집 <새벽> 을 통해 미래지향의 역사의식과 균형잡힌 휴머니즘을 집약시켰다.

‘당동벌이 (黨同伐異)’의 해 2004년이 지나갔고 2005년 새벽이 열렸다. 정한모의 시집 내용처럼 올해는 미래를 지향하는 생명의 빛이 넘치고, 가족질서가 균형과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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