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원래가 꿩처럼 야생동물이었다. 들닭을 가축화한 게 BC 7세기경으로 전한다. 그러니까 약 2천700년 전이 된다.
국내 고문헌에 닭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설화가 있다. 신라 탈해왕 9년에 왕이 금성(경주)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꿈을 꾸어 사람을 보내보니 나뭇 가지에 걸려있는 금빛나는 궤안에 사내 아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가 바로 경주 김씨의 시조로 김알지(金閼知)다. 시림 숲을 오늘의 계림(鷄林)으로 바꿔 부른 것이 그때부터다. AD 65년의 일이므로 닭이 이미 우리 나라에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닭은 난용종·육용종·난육겸종이 있고 또 애완종과 투계용이 있다. 재래종인 토종닭은 육용종에 속한다. 지금 많이 사육되고 있는 난육겸종의 흰색 레그흔은 이탈리아가 원산지다.
닭은 약용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동의보감은 검은 암탉의 날개는 아이가 밤에 울며 보채는 것을 고치고, 날갯죽지는 하혈을 막고 부스럼을 고치며, 닭똥은 중풍으로 말을 못하는 증상을 치유한다는 등 이밖에도 많은 처방이 나 있다.
닭은 지네의 천적으로 아무리 큰 지네도 꼼짝을 못한다. 요물로 둔갑하여 인명을 해치는 지네를 물리치는 닭의 전설이 이래서 많이 전한다. 속설도 많다. 경기지방에서는 ‘여자가 닭발을 먹으면 그릇을 잘 깬다’는 말이 있다. ‘며느리가 닭 대가리를 먹으면 시어머니 눈밖에 난다’는 말은 호남지방의 속설이다.
정월 초하룻날 벽위에 닭과 호랑이를 그려 놓으면 액이 물러간다는 것은 ‘동국세시기’의 기록으로 항간의 전래 풍속을 집대성한 이 책은 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편찬했다.
올 을유년(乙酉年)은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육십갑자(六十甲子)에서 스물 두째가 되는 해다. 지네같은 요물을 물리치고 액 막음을 하는 닭같은 닭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무쪼록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형편이 나아지고 싸움질도 덜해 좀 평안한 나라가 되는 을유년이 되길 기원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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