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완 숙
세상을 거역하기는 싫다.
하루를 살아내는 자양분을
뒤로 밀어 내고 싶지도 않다.
길을 묻고 싶을 뿐이다.
차창가 네온사인의 인도로
양평 청운에 닿았을 땐
하늘을 긷는 터널이 반짝였고
휘영청 달빛으로 자작나무가 웃고
별이 쏟아지는 눈(雪)속에
다이아몬드를 심었다.
호롱불을 들고 언덕아래 비춰주는
천자문 집필가의 마음이 따습다.
온고지신의 마음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깊은 정적 속 불빛의 인도로
천국을 살아내는 일은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엷은 회심의 미소에서
성공을 예감한다.
숨어 흐르는 산 깊은 물이
감칠 맛 나는 밤길을 헤쳐 내려오는 일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알려준다.
흘러 내린다는 익숙함이 서투른 한 밤
옷깃을 스치는 인연과 서둘렀다.
둥지를 튼 여인의 서슴없는 길로
서둘러 돌아가야 할 일이다.
<시인 약력> 경기 의왕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동남문학회·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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