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남국의 햇살이 쨍쨍한 가운데 열대의 운치가 넘치는 평화로운 해변, 이를 덮친 난데없는 산더미같은 해일파도 쓰나미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 해저에서 용틀임을 튼 지진은 지각 변동을 일으키면서 1천여㎞나 떨어진 스리랑카 태국 등 동서남아 여러 나라를 강타했다.

인류적 재앙의 대참사가 난지 열흘이 넘었으나 정확한 인명피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2만명으로 보았던 것이 5만, 10만명이라더니 15만명이라고 한다. 이러다간 20만명을 넘어설 공산이 높다. 현지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을 집어삼킨 잔혹한 쓰나미는 주검이 수백구씩 엉킨 시신 더미를 군데 군데 곳곳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남겨놨다. 길마저 끊겼는가 하면 통신이 두절된 고립지역이 피해국마다 수두룩 하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지질학자 케리 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이번 지진을 예고했다는 외신 보도가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지진을 10년간 연구해 온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것 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어 해변촌 주민에게 거처를 옮기도록 포스터 등을 배포한 것이 이번 참사로 피해를 본 지역으로 적중했으나 당시엔 시 교수의 경고를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유엔이 중심이 된 이재지역의 구조활동으로 더러는 생사가 엇갈린 기적의 희비가 잇따른 가운데 지구촌 온정이 쏟아져 20억달러의 구호금이 답지됐다. 한국인 희생자도 늘어 사망 및 실종이 20명으로 확인됐으나 소재불명이 330여명이나 되어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희생된 사람 중엔 신혼여행이나 효도관광을 갔다가 뜬금없는 참변을 당하는 등 애절한 사연이 많아 실로 안타깝다.

중동 등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지진 피해가 없는 곳은 동북아 뿐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후속 강진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반도가 지층 구조상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대비는 무슨 대비든 평시에 해두는 것이 최상책이다. 정부의 국내 지진에 대한 연구와 관심도가 얼마나 되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