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정치도 바쁜데 나라 정치에 관심이 가나요?” 이렇게 말하던 어느 주부가 있었다. 남편의 박봉으로 아이들 키우랴 공부시키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이런 가운데 먹고 살자니 ‘집안 정치’에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 그 주부가 요즘엔 좀 달라졌다. 나라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대체가 저축은 고사하고 생활비 쪼개기가 점점 더 빠듯해져 왜 이러는가 싶어 신문도 보고 텔레비전 뉴스도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주부의 말이 걸작이다. “나라 정치가 별 것인가요…, 집안 정치하고 같은 거죠!” 듣고보니 딴은 그렇다. 정치가 뭣인가, 다스리는 게 정치다. 다스리기로 하면 집안을 다스리는 거나 나라를 다스리는 거나 원리는 같다. 수학을 예로 들면 같은 수를 나누거나 곱하거나 등식의 제값은 같다. 집안 정치와 나라 정치는 다만 단위만 다를 뿐 다스리는 값은 같은 동일 공식의 원리인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또 올랐다는 주부들의 비명이 드높다. 벌기는 어려운 만원짜리 한 장이 뭘 산 것도 없이 눈녹듯 없어진다는 것이다. 장보러 가기가 겁이 날 지경이라고 말한다. 담뱃값 25% 인상에 이어 경유값 전기사용료며 텔레비전 수신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 들먹이는 가운데 햄 제품류·포장만두·라면·스낵 및 빙과류 기타 과자 등이 일제히 올랐다. 올라도 겁없이 오른다. 10~15%씩 마구 뛴다. 한 자릿 수 인상도 서민층 소비자들에겐 큰 부담인 판에 두 자릿 수 인상이 예사가 됐다.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분들은 그래도 느긋하기만 하다. 체감물가고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은 힘없는 민초들 뿐이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살기가 어려운 마당에 물가마저 못살게 군다. 그 주부는 “도대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길래 백성들 살림 꼴이 이 지경이 됐느냐?”며 혀를 몇번이고 찼다. 이유는 간단하다. 벼슬 자리에 그럭저럭 있다가 물러가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이 꼴로 만들었다. 나라 살림을 제집 살림처럼 여겨 책임감을 가지면 백성들 살기가 이토록 어렵지마는 않을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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