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사(皐蘭寺)는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백제의 옛 궁터였던 부소산(扶蘇山) 북쪽 기슭 백마강변에 있는 사찰이다. 경치가 좋아 고도 부여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들러 보는 곳이다.
창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백제 때 왕들이 노닐기 위하여 건립한 정자였다는 설(說)과 궁중의 내불전(內佛殿)이라는 설이 있다. 백제의 멸망과 함께 손실된 것을 고려 시대에 백제의 후예들이 삼천궁녀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중창하였다. 그뒤 벼랑에 희귀한 고란초(皐蘭草·멸종위기 제99호)가 자생하기 때문에 고란사로 불리게 되었다. 절의 뒤뜰 커다란 바위틈에 고란초가 촘촘히 돋아나 있고 주위에는 낙화암·조룡대(釣龍臺)·사비성(泗?城) 등이 있다.
고란사가 먼저인 지 고란초가 먼저인 지는 분명치 않으나 고란초는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절벽 밑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은 고란정(皐蘭井)이다. 고란초는 고란사를 찾는 관광객들에 의하여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사람들의 손이 미칠 수 없는 곳에만 약간 남아 있는 걸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대개 고란초가 고란사에서만 자란다고 알고 있으나 공중의 습기를 받을 수 있는 강가 절벽이나 바닷가 숲속에서도 자란다. 고란초는 갈라진 바위틈과 이끼가 붙은 곳에서 근경(根莖)이 옆으로 뻗어가면서 자란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의 궁녀들이 임금에게 바칠 물을 고란정에서 받아갈 때 고란초 잎을 한 두개씩 물위에 띄웠다고 한다. 그런데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의 망국한과 삼천궁녀들의 애달픈 전설이 서린 고란초 군락지가 부여가 아닌 경기도 화성·안산 등 서해안 지역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계곡의 그늘진 바위틈에서 자라는 상록다년초인 고란초 서식지는 우리나라에서 극히 제한된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데 시흥환경운동연합에 의해 제부도 북사면과 대부도 행섬의 동서면에서 고란초의 국내 중부 이북 최대 군락지가 처음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제부도의 경우 컨테이너와 어류장비를 쌓아 놓거나 서식처의 자연 파손 등으로 고란초가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이 겨울에 희귀한 고란초가 무탈한 지 걱정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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