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는 기정 사실로 됐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이를 합의했다. 유림의 반대가 아니어도 호주제 폐지는 법률상 가족 붕괴를 가져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다. 대법원이 대안으로 내놓은 ‘1인 1적제’라는 것도 가족의 개념을 반영하진 못 한다. 국민 한 사람마다 부모와 배우자 및 자녀만 기재되는 신분등록부로는 자신이 누구인 지를 확실히 알기가 어렵다. 할아버지 할머니나 형제자매는 신분등록부상으로는 남남이다. 본인의 신분등록부엔 출생·결혼·사망 등만 기재되기 때문이다.
성씨에 대한 관념이 희박해진다. 부모의 합의가 있으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같은 부모의 형제자매 중에도 아버지 성씨, 어머니 성씨를 따라 성씨가 다른 경우가 없다할 수 없다. 이러니 족보인들 별 의미가 있지 않을 것 같다. 재혼 때 여성이 데려간 아이의 성을 새아버지 성씨로 고치는 편의를 돕기 위한 이런 민법 개정이 과연 합당한 건 지 의문이다. 남성을 위한 것이어도 안 되고 여성을 위한 것이어도 안 된다. 인간 중심의 가족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호주제는 일제가 남긴 유물로 일본에서는 벌써 폐지됐다고 말한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호주제가 없어도 가족제가 살아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성씨를 제멋대로 만들 수 있다. 서구는 사촌 이상의 친족 관념은 희박하다. 이 모두가 생활문화의 차이다. 이를 구실삼아 전래 고유의 친족문화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이나 서구사회처럼 아내의 성씨를 남편이 빼앗지 않는다. 결혼해도 아내가 남편의 성씨를 따라 가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뿐이다. 여권 존중을 말하면 이보다 더 할 수가 없다.
다짐하는 속담으로 ‘(내 말이 거짓이면)내 성을 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성씨문화에 대한 자긍심이다. 이젠 성씨를 갈아도 몇 번을 갈수가 있도록 법률이 보장하게 된다. 호주는 가족 단위의 상징적 구심점일 뿐 무슨 실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호주제가 뭐가 그리 폐악이라고 야단들인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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