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그가 그랬다. 소속된 개별팀 국내 대회에서 게임이 수세에 몰리면 으레 기용하는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는 소속팀의 주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다가 코트 맛을 볼 수 있는 감독의 출전 명령을 받으면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훨훨 날다시피하곤 했다. 수세에 몰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 역전의 전기를 만들곤 하였다.

한 번은 그 팀의 게임이 부진한 데도 감독은 끝내 그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오늘은 때가 아니거든요”라는 감독의 대답을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사석에서 들은 감독의 설명은 그 선수는 생리 때면 컨디션이 120%로 살아나는 특이체질이라는 것이다. 그같은 특이체질이 다른 여자배구팀, 또 다른 여자 스포츠 팀에도 더러 있는 사실을 그 때 비로소 알게 된 적이 있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여학생의 ‘생리공결제’ 도입에 논란이 많은 것 같다. 생리통이 심해 부모의 확인서를 받아 내면 출석으로 처리하고 시험을 못 보면 먼저번에 본 시험성적을 100% 인정한다는 것이다.(지금은 의사 진단서를 첨부하여 결석계를 내면 병결로 처리하고 시험을 못 보면 전 시험의 80%만 인정한다) 이의 반대론은 우선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중간고사 성적이 좋으면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기말고사 때 ‘생리공결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공결제’는 생리통이 심한 경우로 한정하지만 심한 것을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따르는 부수적 문제점도 있다. 선진국에선 이런 제도가 없지만 제대로 잘만 되면 숭고한 ‘모성보호’ 관점의 찬성론에도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남녀 학생간에 성적의 불평등을 들기도 하나 생리는 출산과 더불어 여성만이 겪는 특유의 고통이라면 고통이다. 생리통을 짐작하긴 어렵지만 옛날과 달라서 좋은 약은 많다. 생리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시대에서 보편화 시대로 가는 추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격렬한 스포츠 세계에서 특이체질은 아닐 지라도 생리 때문에 운동을 못 하는 선수는 없다. 교육부의 ‘생리공결제’ 도입은 우선 시범운영 해 볼 계획이다. 시행과 평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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