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미국 유명 대학 MBA(경영학 석사) 획득을 목표로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미국 톱텐급 학교는 하버드·스탠퍼드·펜실베이니아·MIT·노스웨스턴·컬럼비아·시카고·버클리·미시간·다트머스를 말한다. 통상 한 해에 한국인 100~150명이 톱10급 학교 MBA에 합격했는데 지난해 가을학기에만 200명 이상이 합격했다. 하지만 톱10급 학교에 합격한 이들의 미래가 전부 밝지 만은 않다. 학업을 마친 2~3년 뒤에는 MBA 졸업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MBA 졸업생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미국 현지에서 영어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9·11 테러 후 안보 문제로 일부 IT기업을 제외한 현지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줄이면서 톱10급 MBA 졸업생들 조차 대부분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문제는 톱10급이 아닌 학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가을학기 미국 MBA 과정을 시작한 사람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학위를 취득하는 데 한 사람 기준으로 최소 1년, 1억원 이상의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들어가는 과정에 이렇게 많은 인력이 몰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구애, 유수의 컨설팅회사 또는 투자은행 취업, 억대 연봉에 ‘프로페셔널’이라는 명성을 얻는 등 그동안 MBA학위 취득은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매년 70~80명을 선발, 이건희 회장의 특별지시로 만들어진 ‘외인부대’ 미래전략 그룹에 배치할 뿐 국내의 주요 대기업들이 별도로 MBA 출신자를 선발하지 않는 추세다. 대기업들이 MBA에 싸늘한 시각을 갖는 것은 학벌만큼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LG칼텍스정유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MBA 출신 지원자가 모두 탈락했을 정도다. 내부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석학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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