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용서의 길-수리산 슬기봉에서 -김명원

용서하지 못하리라는

주제넘었음을

용서합니다.

등뼈 내어주며 앞가슴마저 드러내 주는

능선을 몇 개인가 넘다가

알았습니다.

용서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용서받을 것도 하나도 없다는 것

산이 더 무거운 산을 업고

업힌 그 산이 더 무거운 산을 업어

산마다 매달린 산이 울음조차 없이

아파라 비명 하나 없이 그 채로

서로가 서로에게 자리 내어주며

깊이 낮아지는 사랑을 보다가

알았습니다.

용서해야 할 것

용서받아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 지를 이제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시인 약력> 충남 천안 출생 / <시문학> 으로 등단 / 시집 <슬픔이 익어, 투명한 핏줄이 보일 때까지> / 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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