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부부’

산모가 아기를 갓 낳으면 볏짚으로 왼새끼줄을 꼬는 게 남정네가 제일 먼저하는 일이다. 대개는 아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맡는다. 이를 금줄 또는 인줄이라고 한다. 대문 양쪽 기둥에 매단다. 부정을 막기 위해서다. 예컨대 상 중이거나 탈상을 안한 외부인은 금줄이 걸린 집의 출입을 삼간다.

사내 아이를 낳으면 숯덩이와 빨간 고추를 새끼줄에 꽂고 계집아이를 낳으면 숯덩이와 생솔가지를 꽂는다. 금줄은 보통 갓난 아이가 삼칠을 넘길 때까지 치지만 일곱 이레를 치기도 한다. 아이를 많이 낳았던 시절에도 신생아는 이토록 정갈스럽게 여겨 잡귀를 경계하였던 전래 민속이 이젠 사라진 지 오래다.

가정 분만이 보편화했던 시대에서 병원 분만이 보편화한 시대적 변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아파트 거주가 많은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를 미신으로 쳐 도외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데 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던 때가 옛날이다. 인구 감소의 심각한 현상을 타개키 위해 셋째 자녀부터는 혜택을 주는 출산 장려의 유인책을 써도 좀처럼 아이를 더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둘도 많다하여 하나를 낳거나 아예 자녀를 갖지않는 부부들도 있다. 키우고 공부시키기가 어려워 그런다지만 따지고 보면 이기심이다. 부부가 자기네 편하려고 부모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온당하다 할 수 없다.

충남 서천군의 어느 마을에 출산의 아기 울음 소리가 18년만에 울렸다며 전국지마다 대서특필했다. 농촌에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가 오래된 탓이다. 도내에도 수년동안 출생 신고를 찾아볼 수 없는 농촌 마을이 적지않다.

산아제한 시대나 산아권장 시대나 아이를 많이 낳는 부부가 실은 ‘애국부부’다. 단 한가지 탁아시설의 사회적 확충은 아주 절실하다. 출산 장려는 이에 초점을 맞추어 적극 이행돼야 한다. 금줄은 이제 정녕 볼 수 없는 것일까./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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