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극장가

■말아톤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도전기”

●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이 42.195㎞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목 ‘말아톤’은 다섯살 지능의 주인공 초원(조승우 분)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적은데서 따온 것. 영화는 “자폐는 병이 아니다. 장애다”고 못박은 후 정상인도 도전하기 힘든 마라톤을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이 장애를 인정하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과정이 첫번째 감상 포인트다. 또 한가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이끌어갈 걸출한 재목으로 성장한 조승우의 연기. 손가락 열개를 제각각 움직이며 초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조승우는 부담스럽기 보다는 편안해 보인다.

■그때 그사람

10·26 사태 소재 ‘블랙코미디’

●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다.

‘눈물’, ‘바람난 가족’ 같은 전작에서 이 시대 청춘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류의 허위에 시니컬한 비웃음을 던지던 임상수 감독은 같은 어조로 민감하고 중요한 역사임에는 분명하지만 비웃음을 살만한 가능성이 농후한 ‘그때 그날’에 눈길을 돌린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정공으로 무언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블랙코미디의 느낌이다.

■B형 남자친구

A형 여자… B형 남자의 ‘사랑만들기’

●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동건의 스크린 데뷔작. 최근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된 혈액형이 영화의 중심 소재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A형 여자 하미(한지혜) 앞에 어느날 이기적이고 바람기 많은 성격의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나타나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의 매력을 깨달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 TV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동건과 한지혜의 연기 호흡이 감상 포인트.

■공공의 적2

‘진짜 나쁜놈’ 때려잡기!

●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야심작. 지난 2002년 만들어진 1편의 주인공이 경찰 ‘강동서 강력반’의 형사 강철중이었던데 이어 2편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검사 강철중(설경구)이다.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나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체질.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총질도 마다 않는데다 수사 추진에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인 까닭에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적 검사’다. 설경구-정준호의 호연과 김신일 등 조연배우들의 안정감, 그리고 착착 달라붙는 대사는 영화의 장점이다.

■애니씽 엘스

일흔 노장의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

● ‘피아니스트를 쏴라’, ‘마이티 아프로디테’, ‘스몰타임 노 크룩스’의 우디 앨런이 2003년에 만든 신작. 올해로 일흔이 되는 노장의 독설과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까지 감독 특유의 매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유머에는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라는 초반 대사는 영화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평가. 영화는 삶은 ‘무의미한 것 같은데 왜들 바둥거리며 살까?’라는 주인공 제리의 고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변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을 통한 코미디와 대사의 신랄함이 영화가 주는 주된 재미다.

■클로저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

● 동명의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남녀 네 명의 섬세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지극히 진지하고 절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은 상당히 흥미로운 편.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네 배우는 눈빛 하나로 관객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선이나 시간에서 형식의 굴레를 벗어 던진 것이 영화의 특징. 카메라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고루 시선을 분산하면서 그 순서를 노골적이지 않게 비틀었다. ‘졸업’ ‘워킹걸’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레모니스티켓의 위험한 대결

마법보다 신기한 환상속으로…

● 현실인 듯 환상인 듯,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비틀쥬스’를 섞어놓은 것 같은 이미지의 영화. 기괴하면서 음울하고 동시에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일인 다역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의문의 화재로 졸지에 집과 부모를 잃은 삼남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지만 성인이 될때까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한다. 아이들이 첫번째로 만나는 친척이 바로 올라프 백작(짐 캐리 분)인데 그는 노골적으로 유산을 탐하며 아이들을 해치려고 한다.

거머리떼의 공격과 벼랑 위의 집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광경, 열차와 충돌할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등 스펙타클한 화면이 주요한 볼거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른들을 위한 행복 환타지

● 이미 개봉한 영화들도 장기 상영의 훈풍을 타고 설극장가를 노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국내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성적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 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