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와 ‘술’

중국의 고대 역사소설 ‘삼국지’를 보면 술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화친이나 음모를 도모하면서도 으레 술을 마신다. 중세의 양산박을 무대로 하는 ‘수호지’역시 노다지 술 타령이다. ‘삼국지’는 위·오·촉한의 세나라 영웅이 천하를 다투는 소설이고 ‘수호지’는 송대의 썩은 벼슬아치들에게 불만을 품은 호걸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당시 이들이 마신 술은 요즘말로 하면 배갈(고량주)이다. 잔도 지금처럼 작은 고량주 잔이 아니다. 사발 분량만한 잔이 따로 있어 다 마시고 나면 잔을 머리위에 올려 뒤집어 보인다. 잔을 권한 상대에게 다 마셨다는 성의 표시다.

소주가 국내에 보급된 것은 고려 때다. 원나라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소주를 내리는 데 곡식이 많이 들어 대중화되진 못했다. 조선시대엔 흉년이 들면 제조 금지령을 내리곤 했다. 또 주정으로 만든 지금의 소주와는 달리 원액이므로 알코올 농도가 무척 높았다. 소주 내리는 게 직접 보이지 않아도 멀리까지 풍기는 냄새만으로 소주 내림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의 술은 이래서 곡식이 덜 드는 누룩 술이 주종을 이루었다. 양반계층은 약주, 상민계층은 탁주(막걸리)를 많이 애용했다.(정종은 원래 일본 술이다)

‘압셍트’는 일종의 화주(火酒)로 알코올 농도가 70% 가량 된다. 천재 화가 고흐가 평소 이 술을 즐기다가 한번은 자신의 귀를 자르는 기행을 저지른 것으로 유명하다. 술의 강력한 환각작용 때문이다. 스위스에선 1908년 한 근로자가 ‘압셍트’의 환각작용으로 처자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자 판매금지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스위스 당국은 이번에 유해물질의 농도를 조절한다는 주류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96년만에 판금조치를 해제했다.

설 연휴에 들어선다. 명절이면 또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이래 저래 안 마실 수가 없게 된다. 마신다 해도 배갈이나 내린 소주도 아니고 ‘압셍트’같은 독한 술이 아니지만, 과음하면 몸에 안 좋고 또 실수하기가 쉽다. 설 연휴에 술을 절제해 마시는 생활의 지혜가 요구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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