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닭이 훌쩍 나무 위로 뛰어 오르는 꿈을 꾸면 직장인은 진급할 꿈이요, 실업자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원하는 직장에 입사할 꿈이다. 닭이 달걀을 품고 있는 꿈은 오랫동안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꿈이다.
꿈에 먹음직스런 통닭을 배불리 먹고 행복해 하면 입신양명하거나 돈을 갈퀴로 긁어 모을 정도로 부자가 될 꿈이다. 안마당에 모여 있는 닭에게 모이를 던져주는 꿈은 좋은 투자처가 나올 꿈이고, 닭을 독수리가 물어 죽이는 꿈은 경쟁상대나 경쟁사를 누르고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좋은 성과를 얻을 꿈이다.
닭이 나타나는 흉몽도 있다. 수탉끼리 죽일 듯이 싸우거나 수탉이 쪼려고 덤벼드는 꿈은 부부끼리, 형제자매끼리 다툼이 일어나거나 가족 중 한 명이 병에 걸려 고생할 꿈이다. 닭들이 졸고 있는 닭장 안을 고양이가 들여다보는 꿈은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꿈이다. 해몽가의 이러한 말들이 모두 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우리 조상들은 대체적으로 닭에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날이 바뀌어도 늘 그 힘찬소리로 동을 트게 했던 닭이 어김없이 을유년 정월 초하루를 열어 제쳤다. 닭이 홰에 올라 앉아 우렁차게 매일 아침 우는 습관을 활용해 고려 때엔 시보용(時報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닭이 매일 같이 우렁찬 소리로 어두컴컴한 세상을 밝히는 것은 닭의 뇌 속에 들어 있는 송과체(松果體)라는 내분비기관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송과체가 날이 밝을 무렵 미미하고 어스레한 빛까지 감지해내기 때문에 닭이 사람보다 혹은 다른 동물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 닭은 우렁찬 소리를 내지름으로써 아직도 건재한 존재임을 다른 닭에게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조상들은 정월 초하루를 닭의 날(上酉日)이라고 하여 광·대문 등 집안 곳곳에 닭 그림을 붙여 액막이를 했다. 닭이 액운을 쫓아주고 행운을 안겨주는 길조라 여겼기 때문이다.
닭꿈을 꾸면 부귀공명(富貴功名)한다니 을유년에 내남 없이 흉몽은 말고 길몽들을 많이 꾸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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