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1년에 최대 2만5천㎞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 둘레의 60%를 넘는 거리다. 검은가슴물떼새는 하와이에서 알래스카까지 3천800㎞를 ‘논스톱 비행’한다. 철새들이 장거리 비행에서 쓰는 연료는 ‘지방’이다. 무게당 연소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 1g으로 200㎞를 가는 새도 있다. 이동 직전의 철새는 하루동안 체중의 10% 이상을 몸에 비축하기도 한다. 이 무렵의 에스키모쇠부리도요는 피부 바로 밑까지 지방으로 가득 차서 ‘만두새’로 불린다.
캐나다기러기와 같은 몇몇 철새는 앞의 새 뒤에 딱 붙어 비행한다. 앞에 가는 새의 날개가 만드는 소용돌이를 이용하면 비행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유리무당새는 별자리로 방향을 정한다. 기러기나 도요새 종류는 체내에 ‘나침반’을 가진 것처럼 이동 중 일정하게 방위각을 유지하며 그 결과 최단거리 이동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매일 생기는 ‘나침반’의 오차는 지는 해를 보며 보정한다.
철새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철새는 밤에 이동한다. 대기가 시원해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집이 크고 글라이더처럼 유영하는 맹금류는 주로 낮에 이동한다. 햇볕이 대지를 달구면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철새는 바다 위를 오래 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대륙이 가늘게 이어지는 중미, 아프리카와 유럽이 가깝게 만나는 지브롤터 해협 등이 철새의 집결지가 된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가 만나는 이스라엘은 매년 가을 200만 마리의 철새가 지나가 장관을 이룬다.
철새에게도 불행이 닥칠 때가 많다. 매년 수천 마리의 철새가 송전탑에 부딪혀 죽는다. 인간이 변화시킨 환경이 매년 철새들에게 ‘돌아가지 못할’여행을 강요하는 것이다. 번식지나 월동지 못지 않게 철새 경유지의 산림 남벌 등 환경변화 하나도 치명적효과를 불러온다. 한때 ‘철새 정치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나름대로 규칙과 규율이 있는 철새를 줏대없이 옮겨다니는 정치인과 비교할 수 있느냐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무리 전체가 이동하는 철새는 일부라고 한다. 주로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이다. 추운 곳이라도 양식이 풍부하면 새들은 떠나지 않는다. ‘사람 철새’도 이와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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