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나 재물을 걸고 서로 따먹기를 다투는 것’. 도박에 대한 국어대사전의 낱말풀이다. ‘요행수를 바라는 돈내기’라고도 풀이했다. 억대 돈내기 골프에 서울남부지법 형사단독 이정렬 판사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골프 기량이 우연보다 지배적이면 도박이 아니다’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스포츠는 실력, 기량이 우선이긴 하지만 비슷한 기량에서는 운이 승부를 가름한다. 운에도 승운(勝運)과 패운(敗運)이 있다. 이런 운도 역시 실력이 좌우한다고는 한다. 말인즉슨 그렇다. 하지만 실력밖의 운을 인정하는 것이 스포츠 세계의 통념이다. 운은 행운과 불운이 있다. 이 판사가 밝힌 기량이라는 것이 이같은 운, 즉 우연의 가름을 얼마나 깊이 살폈는 지가 심히 의문이다. 요행은 필연이 아닌 우연이다. 필연적 기량만 보고 우연의 요행수를 간과하였다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통찰했다고 보기가 심히 어렵다.
사회적 관념으로도 승복하기가 난해하다. 돈이나 재물을 걸고 서로 따먹기를 다투는 것은 수단이 기량이든 요행이든 간에 도박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법률상으로도 법리해석에 오류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락의 정도를 넘어선 돈내기는 형법상의 범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그간의 경험법칙이다. 수단 방법이 기량이든 운이든 어떻든 억대 돈내기는 그들이 아무리 돈많은 부호일 지라도 사회통념상 오락으로 볼 수 없는 도박이다. 일부러 져주어 뇌물을 줄 수 있는 부정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선량한 풍속과 공공의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것이 억대 돈내기 골프인데도 무죄가 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정렬 판사는 종교상의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기피자에게 양심의 자유를 들어 무죄를 내린 바 있는 이른바 튀는 판사다. 판사는 직분일 뿐 그도 인간이다. 억대 돈내기 골프의 항소심 판결이 앞으로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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