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山寺에서-임애월

지독하게 영혼이 아픈 날

퇴락한 산사의 뒤뜰에 서다

녹슨 思惟의 닻을 올리고

머언 기억의 강을 건너면

어디서 오는가

바람의 긴 그림자

꿈속에서 조차

일탈을 꿈꾸는 天刑의 역마살,

바람의 품으로 다시 또 안기면

속이 빈 탑들은 우르르 무너지고

제자리만 고집하는 대나무 잎사귀들

색즉시공 공즉시색

반야경을 부른다

시간의 틈새마다

이끼처럼 돋아나던

사랑과 미움의 우울한 고뇌들

木魚의 빈 울림에 해탈의 강물로 흐를 때

깊은 계절의 안개 속에서

붉게 붉게 단풍드는 젊은 날

그 푸르던 노래여

만추의 노을 속으로 떨어지는

祥然寺의 풍경소리

아아,

이젠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의 넋으로

홀로 가리라.

<시인 약력> 제주도 애월(涯月) 출생 / <문학과 세상> 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경기문학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