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영혼이 아픈 날
퇴락한 산사의 뒤뜰에 서다
녹슨 思惟의 닻을 올리고
머언 기억의 강을 건너면
어디서 오는가
바람의 긴 그림자
꿈속에서 조차
일탈을 꿈꾸는 天刑의 역마살,
바람의 품으로 다시 또 안기면
속이 빈 탑들은 우르르 무너지고
제자리만 고집하는 대나무 잎사귀들
색즉시공 공즉시색
반야경을 부른다
시간의 틈새마다
이끼처럼 돋아나던
사랑과 미움의 우울한 고뇌들
木魚의 빈 울림에 해탈의 강물로 흐를 때
깊은 계절의 안개 속에서
붉게 붉게 단풍드는 젊은 날
그 푸르던 노래여
만추의 노을 속으로 떨어지는
祥然寺의 풍경소리
아아,
이젠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의 넋으로
홀로 가리라.
<시인 약력> 제주도 애월(涯月) 출생 / <문학과 세상> 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경기문학인협회·수원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문학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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