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 창세기 11장을 보면 사람들이 세운 최초의 탑(塔) ‘바벨’ 이야기가 나온다. 인류역사의 초기, 즉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Noah)의 후손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세우기로 했다. 그들의 탑 건축 목적은 자기들의 이름을 떨치고 홍수와 같은 하느님(야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느님은 노아의 홍수 이후에는 물로써 대심판을 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의 표징이 무지개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느님을 불신하는 상징으로 바벨탑을 세웠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하느님은 탑을 건축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언어를 혼동시켜서 멀리 흩어지게 함으로써 탑 건축을 중단하게 하였다. 그래서 이 지명을 ‘바벨(Babel 또는 Babylon)’이라고 불렀다. 그 뜻은 “그가(언어를) 혼잡하게 하셨다” (창세기 11:9)이다.
이 탑의 크기를 여러 고증에서 찾아 보면, 1층 길이 90m·너비 90m·높이 33m, 2층 길이 78m·너비 78m·높이 18m, 3층 길이 60m·너비 60m·높이 6m, 4층 길이 51m·너비 51m·높이 6m, 5층 길이 42m·너비 42m·높이 6m, 6층 길이 33m·너비 33m·높이 6m, 7층 길이 24m·너비24m·높이 25m로 알려져 있다.
‘바벨(Babel)’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혼란’을 의미한다. 실현성 없는 가공적 계획을 뜻하기도 한다. 하느님이 사람에게 주었던 약속을 잊고 잃어버린 사람들은 바벨탑을 세우는데 수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으며 사람의 목숨이 벽돌 한 장 보다 값없는 존재로 희생됐다. 바벨탑은 점점 높아져 꼭대기까지 걸어서 올라가려면 1년이나 걸렸다. 바벨탑은 결국 무너졌다. 바벨탑이 무너진 근본적 원인은 곧 하느님의 심판이었고 헛된 명성을 위한 사람들의 투쟁의 결과였다. 하느님은 바벨탑을 무너뜨리는 심판의 방법으로 사람들의 언어를 일순에 혼잡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물질 만능의 높은 탑이 올라가고 인간의 명성을 서로 높이려는 곳에는 언제나 무질서와 혼란의 심판이 그림자처럼 따르게 마련이다. 오늘 날 세계가 초고층 빌딩 짓는 일을 경쟁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불길하게도 바벨탑의 신화가 생각나서 언짢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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