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해동-최문자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대지의 열 손가락이

모두 분홍색입니다.

대지는 자꾸 뭔가 해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디 갔나?

나무와 같이 서서 얼어붙던 산 속의 정적

어제 불던 칼바람도

피를 녹이러 산을 떠났습니다.

주검을 등지고

서둘러 깨어난 몸들이여,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말을 꺼내려 하지 마오.

사각사각 소리만 나도

이미 대지는 눈물로 번득입니다.

살갗이 까지고

드디어 피가 돋아나는 세상의 나무들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저 아래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악, 소리를 지르며 지하의 꽃들이 양수를

떫고 비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별들은 오히려 조용합니다.

더 높은 데 저쪽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나무 고아원’, 평론집 ‘시창작 이론과 실제’ 등 다수 / 현재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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