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재판

“…이상의 죄상을 저지른 악질 반동분자의 처분을 어떻게 하면 좋습네까?” 주동자의 이같은 말이 떨어 지기가 바쁘게 군중 속에서 “죽입시다!”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여기 저기서 “악질 반동분자를 죽이자!”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댄다. 다 짜고하는 같은 패거리의 위세에 눌려 강제 동원으로 참관하는 양민들도 눈치를 봐가며 죽이자는 데 동의하는 박수를 친다. 6·25동란 때 있었던 인민재판의 목격담이다.

일본 N-TV가 입수한 북의 공개재판 동영상이 인민재판을 연상케 한다. 지난 1일과 2일 함경북도 회령시 오봉리에서 자행된 공개재판은 탈북자 등 11명에게 판사의 사형 선고가 떨어지자 이내 말뚝에 묶여 총살됐다. 항소심도 상고심도 없는 일사천리식 단심은 당초 죽이기 위해 짜고 시작한 재판 놀음인 것이다.

인민재판이나 공개재판이나 다 공개처형이 목적이다. 공개처형은 인민들에게 죽이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민사회에 유사행위를 방지키 위한 협박 수단이다. 두만강 북단에 위치한 회령은 탈북 루트로 알려져 있다.

인민재판은 극렬분자에 의한 군중재판인데 비해 공개재판은 명목상 판사가 있지만 로동당의 하부기관인 점에서 인민재판이나 공개재판이나 다 그게 그것이다. 공개재판은 또 법정공개가 아닌 인민재판과 같은 길거리재판이다. 6·25동란이 끝난지 반세기가 되어간다. 아직도 공민사회에 인민재판 수준의 공개재판이 자행되는 북녘 인권이 말이 아니다. 한가지 다른 것은 있다. 인민재판은 죽창이나 돌멩이로 참살한 반면에 공개재판이 총살을 한 것은 돌멩이로 때려 죽이는 것보단 안락사라 할 것 같다.

동족인 북녘이 하필이면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정치집단인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민족적 수치다. 그래도 이런 북녘에 환상을 갖는 친북세력이 있어 사회가 혼란스럽다. 이토록 망각을 가져온 세월의 오랜 흐름이 실로 무섭다는 생각을 갖는다. 공개처형이 N-TV를 통해 대외에 공개된후, 회령시가지는 검문 검색이 더욱 강화되어 살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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