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도둑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범죄행위다. 두 말 할 것 없이 도둑은 사회적 일탈자다. 공동체의 질서를 교란하고 법과 규범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권위를 무시하거나 그에 항거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둑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하는가 하면 ‘녹림호걸(綠林豪傑)’이라고도 한다. 앞의 것은 집도둑이요, 뒤의 것은 산도둑인데 군자니 호걸이니 한다.

도둑을 더욱 미화할 때는 ‘의적(義賊)’, ‘협객(俠客)’ 또는 ‘유협(游俠)’이 등장한다. 로빈 후드, 아르센 뤼펭, 조로, 홍길동, 일지매 등 가공의 인물부터 임꺽정, 장길산, 판초 비야, 푸가초프, 로브 로이 같은 실존 인물도 있다. 이들에게는 권력의 횡포 등 부당한 사회적 권위에 맞서 정의를 위해 싸우거나 약자의 편에 서서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등 공통점이 있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서교동 주택가에 침입하여 손목시계 등 100만원대의 금품을 털다 검거된 조세형씨를 예전에 ‘대도(大盜)’라고 호칭한 게 잘못이었다. 마치 의적이라도 나타난 듯 인구에 회자됐었다. 1980년대 초반을 전후해 드라이버 하나로 철옹성 같은 권력가와 재벌들의 집만 골라 턴 그를 당시 서민들은 ‘대도’라고 떠받들었다. 1983년 서울지법 구치감 환풍기를 뚫고 탈주했으나 6일만에 체포됐다. 징역 15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98년 11월 청송교도소를 출소한 후 결혼하고 1999년 4월 모 경비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일본에 까지 도둑 원정을 가 체포돼 3년6개월을 복역한 후 2004년 출감했다. 조씨는 “돈을 마련해 일본으로 건너가 나를 총으로 쏴 장애인(4급)으로 만든 일본 경찰관에게 복수하려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2001년 12월 일본 도쿄 시부야 소재 주택 3곳에 들어가 손목시계 등을 훔치다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쏜 총탄에 맞아 오른쪽 어깨를 잘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조씨는 아마 또 뉴스의 주인공이 한번 되려고 한 모양 같은데 한낱 습관성 절도범일 뿐이다. 얼마나 또 감옥에 있을 지 모르지만 이제 67세라는 나이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쾌락을 느낀다는 도벽이 정말 무섭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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