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군사의 후손들이 중국 간쑤(甘肅)성 융창(永昌)현 산촌에 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흥미롭다. 제1차 삼두정치 당시 지금의 이란 및 이라크인 파르티아 왕국 정벌에 나선 로마군 1군단장 푸블리우스 크라수스가 크게 패한 끝에 병사들과 함께 탈출했으나 로마에 나타나지 않아 행방이 묘연했는 데, 간쑤성 산촌에 살고 있는 400여 명이 이들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국·미국·중국 과학자들이 DNA검사 결과 확인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피부색이 붉고, 키도 크고, 코가 우뚝 솟은데다가 머리가 갈색이어서 여느 중국인들과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로마군의 후손임을 알게되자 기쁜 나머지 로마군 복장을 입고 축제를 벌인 것으로 보도됐다. 로마군의 파르티아 정벌이 있었던 것은 BC 53년이다. 그러니까 무려 2058년 만에 로마군이었던 원조를 찾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행방이 묘연한 무리 이동이 이밖에도 또 있긴 있다. 중세기 십자군전쟁 때 소년 소녀들로 조직된 소년십자군이 지중해에서 만난 풍랑으로 배가 난파되어 극적으로 살아남은 일부가 알프스산맥에서 사라진 일이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 불사약을 구하도록 남방으로 보낸 동남 동녀들도 행방이 끊겼다.
유구(琉球)는 1871년 일본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되기 전까지는 독립국이었다. 오키나와 군도(群島)의 50여 개 섬으로 돼 있다. 주민들은 동양계로 체격이 우리와 비슷하다. 한땐 고려·일본·중국과 교역을 하면서 조공을 바치기도 했다.
허균(許筠)의 소설 ‘홍길동전’은 홍길동이 나중에 무리를 이끌고 유구로 건너가 유구 왕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의적활동을 하면서 반상(班常)철폐 등 인간주의 이상을 펼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픽션으로 꾸민 게 유구설일 수는 있다. 그러나 ‘홍길동전’은 전적으로 허구만이 아닌 것으로 홍길동의 실존설도 제기되고 있다. 유구로 갔다는 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 중 유별나게 한국인을 닮은 사람이 있으면 DNA검사를 해 볼만 할 것 같다. 혹시 홍길동의 후예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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