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의 재혼

처녀 총각 시절 싹틔운 사랑을 35년의 밀애 끝에 이혼녀 이혼남이 된 50대 중반 넘어 결실을 맺었다는 찰스 영국 왕세자의 결혼 보도는 마치 한편의 영화같다.

그러나 아름다운 영화이기 보다는 더러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찰스와 카밀라는 미혼이던 20대 초반에 서로 사랑했으나 카밀라는 찰스의 친구와 결혼했다. 따지고 보면 비운의 왕세자빈이 된 다이애나의 불행은 자유분방한 그녀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찰스·카밀라 커플의 그칠 줄 몰랐던 혼외정사에 기인했다. 찰스는 카밀라가 결혼한 뒤에 다이애나와 결혼했으나 옛 애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왔다.

결국 찰스는 두 아들, 카밀라는 1남1녀를 두고 각각 이혼하고 동거하다시피 하면서도 결혼 발표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실례로 1997년 다이애나의 교통사고사는 이들의 결혼에 악재가 됐다. 가까스로 결혼 발표를 한 것이 지난 2월이다. 그러나 이번엔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이 결혼식과 겹쳐 결혼식을 늦추어 지난 9일 비로소 35년만의 공식 커플이 될 수 있었다. 공식적인 부부는 됐지만 공식 석상에 카밀라는 나가지 못한다. 왕세자빈의 칭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이 왕위를 계승해도 왕비가 아니다.

영국 국민에게는 아직도 다이애나가 정신적인 왕세자빈으로 각인돼 있다. 카밀라로서는 아무리 찰스가 깐깐한 다이애나보다 포근한 자신에게 깊은 애정을 갖는다해도 그녀가 영국 왕실에 들어설 자리는 없다.

올해 찰스는 56세, 카밀라는 57세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 황혼에 공식 커플이 된 이들의 결혼이 여론의 화살을 피하지 못한 것은 그간의 스캔들이 다이애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보는 영국 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다.

영국왕 에드워드 8세는 1936년 미국의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스스로 퇴위해 ‘사랑을 위하여 왕관을 버린 사람’으로 유명하다. 찰스는 왕위 계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압력을 받고 있다. 도덕적으로 왕이 될수 없다는 것이다. 찰스 왕세자가 과연 왕관을 포기할 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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