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대다수 사람들은 벚꽃을 일본의 국화(國花)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일본의 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菊花)다. 벚꽃은 일본왕이 좋아하는 일왕가의 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벚꽃심기 캠페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졌다. 미국 백악관 앞에까지 벚꽃을 보급했을 정도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해 일제 강점기 때 도시 미화용으로 벚나무를 많이 심은 것은 사실이지만, 벚나무 원산지는 엄연히 한국이다. 40여년 전에 우리나라 학자와 일본학자가 현장을 답사하고 “벚꽃 원산지는 제주도가 확실하다”고 판정한 사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깊고 깊은 산속에도 벚꽃이 산재해 있다. 그 많은 벚꽃을 일본이 심었을 리는 더욱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벚나무 개체수가 많았다. 지금도 시골 야산에서는 개벚나무가 흔히 발견되고, 버찌를 따먹는 참벚나무도 많이 분포돼 있다. 다른 종보다 꽃이 화려하고 풍성해 가로수로 애용되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다. 진해시는 광복 후 한동안 일본인들이 심은 ‘왕벚나무 청산작업’을 벌이다 1960년대 초반 원산지가 제주도임이 확인되자 되살리는 데 주력하였다. 현재 진해 시가지를 뒤덮고 있는 30여만 그루의 왕벚나무는 시당국과 시민들의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진해의 군항제 등 3월말 남쪽에서 시작된 벚꽃 축제가 어느새 서울까지 북상했다. 8일부터는 충북 제천시에서 10일 간 청풍호반 벚꽃 축제가 펼쳐졌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 윤중로에서도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어느 지역에선 벚꽃이 눈송이처럼 난분분 흩날리며 지고, 다른 지역 한 곳에서는 벚꽃이 절정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경기도에도 벚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곳이 많다. 그 중 수원의 팔달산 벚꽃은 특히 유명하다. 경기도청 경내외에 피어 있는 벚꽃숲과 팔달산 산책로의 벚꽃 터널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팔달산에 벚꽃이 만개하면 지인들과 함께 꽃그늘에 앉아 술을 권커니 잣커니 마시는 것도 여유를 누리는 삶이다. 낭만적인 인생이다. 벚꽃이 질 무렵도 좋다. 술잔에 내려 앉는 꽃잎을 함께 마시면 바로 주선(酒仙)이 된다. 신선(神仙)이 된다./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