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越尺)은 낚시인의 꿈이다. 물고기 주둥이에서 꼬리가 갈라진 끝 대목까지 한 자가 넘는 대어(大魚)가 월척이다. 센티 미터로는 30㎝3㎜다. 이 보다 한 치(약 3㎝)가량 작은 건 준척(準尺)이라고 한다. 이런 월척이나 준척은 민물의 붕어에만 해당된다. 드라마 같은데서 잉어를 놓고 월척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바다고기를 두고 월척이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붕어도 토종 붕어여야 한다. 언제부턴가 민물에도 외래어종이 판을 쳐 토종 붕어를 참붕어라고 하고 외래어종의 붕어를 떡붕어라고 하는 구분이 생겼다. 참붕어는 색깔이 황색이거나 검푸른 갈색인 데 비해 떡붕어는 색깔이 희다. 맛도 참붕어는 쫀득쫀득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데 비해 떡붕어는 퍼석퍼석하여 맛이 듬듬하다. 낚이는 손 맛도 참붕어는 힘이 좋아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을 받는 데 비해 떡붕어는 처음 한동안 저항하다가 이내 그냥 맥없이 따라 올라온다.
참붕어에 월척을 치는 것은 월척이 되려면 약 10년 동안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연륜으로 인해 고단백질이 풍부해 어린 아이들의 약붕어로 고아서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떡붕어는 3~4년만 되면 이내 월척으로 자란다. 또 잉어는 보통 한 자가 넘게 마련이고 이 역시 성장률이 떡붕어만큼 빨라 월척의 의미가 없다. 바다고기는 한 자가 못되는 것은 거의 치어라고 할 정도로 으레 큰 게 낚이기 때문에 특별히 월척이라 할 것이 없다.
이런 월척을 꼽는 참붕어가 생태계의 변화로 점점 귀해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민물에서 판을 치는 건 떡붕어일 뿐 참붕어는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진다. 민물낚시의 진수라 할 참붕어 월척 재미가 전같지 않다는 것이 많은 조사(釣士)들의 개탄이다.
봄날씨가 짙어졌다. 시조(始釣)의 계절이다. 산하가 오염에 찌들어 마땅한 낚시터가 드물다. 그래도 수소문 해가며 조행길에 나서는 조사들 마음은 마냥 들뜬다. 치어급 참붕어는 참붕어 보호를 위해 놓아주는 조사들의 미덕을 기대해 보고 싶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