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도대체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것이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투기다. 유전과는 무관한 철도공사가 왜 나섰는 지, 유전개발합자회사로 ‘코리아크루드오일’(KCO) 회사를 급조한 경위, 그리고 러시아의 부실 유전회사와 계약한 점, 계약금 65억원을 은행에서 손 쉽게 빌린 점, 현지 실사도 하기 전에 계약금을 송금한 점, 거액의 이면 사례설, 한·러 정상회담에 의제가 된다고 큰소리 친 점, 처음부터 끝까지 비공개 사업으로 추진한 점 등 이밖에도 숱한 의문 투성인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란 게 있다. 보기좋게 꾸며진 상자 속에 온갖 재앙이 들어있는 상자다. 주신(主神)인 제우스 신이 못된 짓을 골라하는 인간을 응징키 위해 불을 몰수했다. 그러나 제우스신에게 평소 불만이 많았던 거인신 프로메테우스가 천상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몰래 주었다. 이에 크게 노한 제우스신은 흙으로 빚은 절세의 미녀 판도라에게 상자를 주어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판도라는 제우스신이 시킨대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있는 곳에 가 함께 살게 됐다. 판도라는 남편이 사냥 나가 무료하던 참에 호기심을 더 참을 수 없어 이윽고 상자를 열어봤다. 순간, 이상한 연기가 피어 오르면서 온갖 괴물들이 뛰쳐 나왔다. 그 괴물들이 지진 번개 홍수 가뭄 화재 질병 등 인간이 겪는 404가지 재앙을 가져다 주었다는 신화다.

철도공사 유전 투기는 강력한 권력 개입이 없으면 도저히 성립될 수 없다고 보는 ‘미스터리 상자’다. 전 아무개나 허 아무개 같은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로써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 정서다. 그 의문의 배후로 이 정권의 실세인 이광재 의원이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당자는 개입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수사에 나섰다. 괴물을 응징해낼 지 주목되던 참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야당의 특검 요구에 수용을 지시하자 극력 반대하던 여당이 환영한다고 나섰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 하는 여권의 생태도 구태지만 이 또한 이면이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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