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소득세

뇌물에 소득세를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재경소위를 통과해 오늘 재경위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뇌물 수수행위를 엄단한다는 취지는 좋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소득은 정당한 반대급부를 말한다. 예컨대 도박으로 딴 돈이나 사기를 쳐 편취한 돈이나 강도질로 빼앗은 돈은 소득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박판에서의 채권 채무관계, 집창촌에서의 포주에 대한 창녀의 빚 같은 것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소득세가 있는 건 마땅하지만 뇌물을 과연 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엔 문제점이 많다. 뇌물 자체가 불법인 마당에 합법적인 과세행위가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성립된다. 또 이런 경우가 있다. 뇌물 수수행위엔 유죄판결시 신체형과 함께 으레 전액 추징 선고가 병과되는 것이 관행이다. 뇌물이 불법이더라도 수입인 것은 사실이므로 소득세를 매긴다고 본다면 추징으로 다 토해낸 뒤엔 어쩔 것인가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뇌물을 다 내놔 수입이 없는 데 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 또 뇌물에 소득세를 받았다면 이 역시 추징으로 내놓은 뒤엔 이미 받은 소득세를 환급해야 할 판이다.

오늘 재경위전체회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두고 보아야겠지만 뇌물에 소득세를 매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소득세 따위가 무서워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안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적발안 된 뇌물에는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물소득세는 결국 수뢰가 들통나 유죄판결이 확정돼야 부과가 가능하므로 소득세를 미리 겁내어 안 받는다고는 볼 수 없다.

법리에 의문이 많은 무리한 입법은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엉뚱한 부작용을 낳기가 십상이다. 뇌물받은 전액을 추징금으로 몰수하는 현행 법원의 관행에 맡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뇌물 공무원은 퇴직금 등을 몰수하는 방안이 소득세 부과보다 오히려 방어 효과가 높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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