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핸드폰 절도단의 ‘30초 룰’

“30초 안에 끝내야 합니다” 최근 경찰에 검거된 핸드폰 절도단의 행동강령이다. 농구에는 공격 제한시간 등 ‘몇초 룰’이 유난히 많다. 이들이 ‘30초 룰’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핸드폰 매장이 가입한 사설 경비업체 출동 시간을 의식해서다. 한 경찰은 “30초면 핸드폰 매장에 있는 거의 모든 핸드폰들을 담은 뒤 여유 있게 빠져 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고 가벼운 핸드폰을 범행 대상으로 정한 뒤 빠른 교통수단으로 속칭 ‘대포차’와 훔친 오토바이 등을 활용했고 버스가 물에 추락했을 때 사용하는 둔기를 사용했다. 이 둔기는 출입문을 깨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둔기로 출입문을 깨고 초를 재듯 범행을 저지른 뒤 유유히 빠져 나갔다. 단 한차례도 사설 경비업체에 적발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범행을 마치고, 훔친 핸드폰을 챙겨 멀찌 감치 떨어진 뒤 사설 경비업체 차량이 출동하는 장면을 유유히 들여다 보고 천천히 자리를 떴다. 야구의 ‘치고 달리기 작전’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훔친 핸드폰은 중고 핸드폰 유통망을 통해 퍼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첩보작전을 연상하게 하는 접선법이 등장했다. 속칭 ‘대포폰’으로 구매의사를 확인한 뒤 다른 사람을 보내 판매하고 돈을 받았다. 상상과 예측이 불가능한 범행과 유통기법이었다.

수사는 이처럼 어렵다. 단서가 없고 어려운 수사일수록 성실성과 뛰어난 기획력이 필수 조건이다. 일선 수사관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건투가 필요하다.

/정 재 현 기자 sk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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