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각 공연장마다 창작공연물 제작 바람이 불고있다.
그동안 창작 공연물은 중앙(서울)을 중심으로 제작돼 왔고, 지역은 작품이나 흥행이 보증된 창작품들을 사다가 무대에 올리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와 올해 들어 경기지역 공연장들이 창작물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비롯해 경기도국악당,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이 각 지역 및 공연장 특성에 맞는 창작물을 줄이어 내놓고 있으며, 경기지역문예회관협의회도 도내 몇 개 공연장이 함께 참여하는 창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에 소재한 공연장들이 창작공연물을 제작하고 이를 레퍼토리화 하는 양상은 반가운 일. 도내 공연장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서울이나 타 시도 공연장 무대에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관객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에 우선은 작품성이 뛰어나야 한다. 제작비 또한 많이 투여되기 때문에 의욕만 앞서 일회성 공연에 그친다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도내 공연장들의 창작 열기를 조명해 본다.
●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재단법인 출범이후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수능대비 고전연극시리즈 등은 서울은 물론 타 시도에서도 호평을 받아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
올해 작품으로는 지난 2월 초연한 ‘신데렐라, 신데룰라 이야기’와 ‘스노우 쇼’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 연출가 빅토르 크라메르의 태권도 프로젝트 ‘더 문(The Moon)’이 대표적이다.
기존 명작동화를 각색한 ‘…신데룰라 이야기’는 의존적 여성이 아니라 시대흐름에 맞는 주체적·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가족 교육 뮤지컬로 기획됐다. 오는 5월 도문화의전당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태권도 프로젝트 ‘더 문’은 한국 정통 무예 태권도를 바탕으로 화려한 연출력이 가미된 넌버벌 퍼포먼스로 5월에 서울(20~25일 국립극장)과 수원(28~29일 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여진다. 이번 공연후 더욱 내실을 기해 전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축제와 공연장으로 진출한다는 야심을 갖고있다.
이밖에 도문화의전당은 다산 정약용을 통해 경기도를 상징할 수 있는 역사 및 문화를 담은 뮤지컬 작품을 구상중이며 대본 공모에 들어갔다.
● 경기지역문예회관
협의회
지난해 8월 창립된 경문협은 도문화의전당과 의정부예술의전당,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등 경기 지역 12개 공연장이 참여하고 있다. 실무자들 중심으로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예정책 가치창출이 기대된다.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창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고전 그대로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에 따라, 현대적 감성에 맞게 각색한다는 방침이다. 극단 여행자가 만들고 6~7개 정도의 공연장에서 공동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세부적인 일정이나 작품의 방향성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도내 공연장들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 경기도국악당
어린이 국악인형극 ‘삼년고개’를 제작,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용인에 위치한 도국악당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국악인형극으로 국악계 거장 김영동씨가 음악을 맡았고, 인형극단 ‘시소’가 출연하고 있다.
작품은 국적불명의 인형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아이들에게 인형에 대한 따뜻한 정서와 우리 음악의 소중함을 일깨워 한국적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노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그 욕심때문에 망하게 된다는 교훈은 해학적이면서도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05 경기방문의해’에 맞춰 상반기까지 매주 상설공연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지난해 12월말 첫 선을 보인 국악뮤지컬 ‘반쪽이전’이 대표적이다. 원작은 이미 세계 최대의 도서박람회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도 선정됐던 이야기.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하나씩 밖에 없는 반쪽이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는게 줄거리다.
도내 창작품 중 우선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행보가 눈에 띈다. 오는 5월 일본의 히타치 축제를 시작으로 프랑스 아비뇽 축제(8월), 일본의 블랙텐트극장 개관 초청 공연(9월), 중국 상해 초청 공연(9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0월)등 4개국 5개도시의 해외공연을 계획 중이며, 국내 타공연장에서도 공연된다.
● 의정부예술의전당
고(故) 천상병 시인을 소재로 한 ‘소풍’이란 작품이 눈길을 끈다. 삶의 말미를 의정부 인근에 거주하며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노래했던 천 시인의 삶과 예술 세계에 촛점을 맞췄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여 레퍼토리화하는 한편, 약식 버전을 별도로 해 인근 주민이나 학교 등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또 안산문예전당의 ‘반쪽이전’과 교류 공연도 계획돼 있다.
‘환’과 ‘한여름밤의 꿈’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극단 ‘여행자’가 출연하며 젊은 실력파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초연 이후의 수정과 보완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유명 작품 또한 처음부터 아주 잘된 작품은 드물었다”며 “기획자나 연출자가 끊임없이 다듬어 완성도 높은 작품을 구현해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역량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은 마케팅도 중요한 몫이다./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