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모래는 헤푼 개념으로 써왔다. ‘물 쓰듯이 한다’ ‘모래알처럼 많은 세월’이란 말이 대개 이렇다. 하지만 물을 물 쓰듯이 하지 못하는 세태다. 절수운동이 점점 심각해진다. 모래도 모래처럼 많지 않다.
어디에 가도 그 흔하던 모래가 이젠 금싸라기가 됐다. 인근 하천을 뒤집고 한강을 파헤치던 모래 채취가 민물에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바다모래는 염분을 제거한다고 해도 남아 부실공사의 요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든 말든 바다모래 채취 또한 열 올린 끝에 이젠 이마저 품귀 상태다. 연안모래 역시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해변의 모래 사장이 수년 사이에 저절로 없어지는 생태계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옹진군의 바다 휴식년제 실시로 바다모래 채취가 불가능해지자 심해 모래까지 손을 뻗치는 판이다. 건설교통부가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바다모래 채취 허가를 추진하려 들자 해양수산부가 해양환경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안모래 채취는 수심 40~50m 밑바닥에서 채취하는 데 비해 EEZ모래 채취는 100여m 깊이에서 채취한다고 한다. 운송 거리도 EEZ모래는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 200해리나 된다. 이같은 EEZ모래는 채취작업 및 물류운송의 어려움 때문에 허가한다고 해도 모래 가격이 폭등할 것은 자명하다.
서해안에서 조기나 꽃게가 사라져가는 덴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생태계 변화도 작용된 게 틀림이 없다. 해저환경이 파괴되는 판에 어족자원이 전같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또 걱정이 된다. 모래는 모든 건설작업에 없어선 안되는 필수품이다. 모래가 없으면 건설작업이 올 스톱된다. 이렇게 되면 건설경기가 냉각되고 건설경기 냉각은 국내 경제의 받침축이 무너진다. 가뜩이나 불경기인 판에 사람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참, 딱한 노릇이다. 이래도 탈이고 저래도 탈이다. 인간의 생활 자체가 곧 자연파괴인 것 같다. 자연환경 보존은 상대적 개념일 뿐, 인간생활에 절대적 자연환경 보존은 불가능하다. 우리네 인간들, 문명의 발달이 새삼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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