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금게’

꽃게는 얕은 바다 모래땅에서 무리로 생활한다. 원거리 이동을 즐긴다. 서해 연안에서는 북에서 남으로 무리지어 옮긴다. 5~6월이 바로 그같은 계절이다. 그러니까 지금이 꽃게철이다. 담백한 고단백질 육질과 맛깔스런 알이 가득찬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런 데도 꽃게가 귀하다. 미식가들이 전엔 흔했던 꽃게를 이젠 찾아 헤매야 할 판이다.

값도 비싸다. 산지 소매가격이 한 마리에 2만원이다. 마리당 3천~4천원이면 시장바닥에서 골라 잡아 살 수 있었던 꽃게가 이처럼 ‘금게’가 됐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선단을 지어 밤새 쳐놓은 그물에 걸린 꽃게가 겨우 여덟마리밖에 안 됐다는 근래 보도가 있었다. 서해에서 전 같으면 만선의 호황을 누릴 어민들이 꽃게가 안 잡혀 아우성이다.

건설용 자재로 바닷모래를 마구 채취한 지가 오래됐다. 바다밑 생태계 변화가 꽃게 품귀현상을 가져왔다. 이런 가운데 좀 있는 꽃게마저 중국 어선이 대거 침범해 싹쓸이 해간다. 중국 어선은 북방한계선을 교묘히 넘나들면서 꽃게쓸이를 일삼고 있다. 꽃게가 남하하기 전이 아니면 남하하기가 바쁘게 잡아간다. 여러 해동안 해마다 이러다 보니 한 해가 다르게 씨가 말라간다.

지난 1일 연평도 어민들이 보다 못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4척을 나포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어민들은 한동안 중국어선을 해경에 넘기지 않고 근본적인 대책을 해경에 촉구했다. 하지만 해경인들 별 도리가 없다. 정부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이 정부는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외교문제로 번지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이로인해 어민들은 생계가 고달퍼지고 국민사회는 꽃게철에 꽃게를 맛보기가 어려워졌다. 홍어는 옛말에 “만만한 게 홍어 뭐냐”는 말이 있었을 만큼 흔했지만 지금은 구경조차 어려울 정도로 귀해졌다. 꽃게 또한 홍어처럼 귀해져 간다. 이런 세속의 변화가 인재탓 인 건 두려운 현상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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