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

도대체 부부강간죄의 성립 기준이 무엇인 지 모르겠다. 말은 하기 좋아서 별의 별 말들을 다 한다. ‘성 거부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행위’라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이 기준 또한 모호하다. 심신이 피곤한 아내에게 남편이 성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수가 적잖을 것이다. 반대로 심신이 피곤한 남편에게 아내가 성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예도 적잖을 것이다.

서로가 성을 요구했을 때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이 부부다. 그렇지만 응하는 것도 자신의 의사 결정에 의한 것이야 하는 것은 맞다. 인간의 기본권이다. 일방적인 성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그러나 또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도중에 흥미를 갖게 되는 수도 있는 것이 서로간의 부부관계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부부강간죄를 포함하는 가정폭력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다고 한다. 미국에선 이미 도입된지가 오래인 부부강간죄가 양성평등을 위해 우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부강간죄 말을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부부관계 중 아내가 그만 두라고 했는 데도 계속한 남편이 강간죄로 아내로부터 고발당해 법창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란 말도 있고 ‘부부도 돌아 누우면 남남이다’란 말이 있다. 이 두 말은 상반되는 말이지만 다 맞는 말이다. 이같은 모순의 갈등을 해소해가며 살아가는 것이 부부다.

국가가 안방의 은밀한 부부행위를 간섭하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다. 미국이라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키는 열린우리당이 미국의 부부강간죄 같은 건 왜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는 생활문화가 미국과 다르다. 이혼소송 중이거나 별거상태시 폭력에 의한 성행위 등에 적용한다지만 당치 않다. 이 역시 당사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아내가 남편을 폭력으로 고소하면 현행 법률로도 능히 처벌이 가능하다.

부부강간죄는 화합을 되찾을 부부를 되레 나쁘게 만들어 가정 파괴를 부추길 우려가 무척 높다. 그나 저나 잘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부부강간죄 거론이 정말 열린 생각인 지, 아니면 하릴 없는 잡생각인 지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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