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0년이 됐다. 원폭으로 인해 일본에 강제 징용된 우리 동포들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그 후유증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미 타계한 피해자는 말고라도 현재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피해자만 2천316명에 이른다. 사회적 불이익 때문에 피폭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이 1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여기에 원폭 피해자 2·3세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는 유일한 원폭피해자 복지사업은 재원부족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대한적십자사에 4월 1일 현재 남아있는 잔액이 37억원이다. 올해 추가로 지원될 국고 23억원을 합해도 60억원에 불과하다.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원폭피해자에 들어가는 올 한해 예산은 진료비 10억5천만원, 진료보조비 27억9천만원 등 모두 48억원이다. 이미 집행된 12억원 말고 앞으로 36억원이 더 들어가면 기금 잔액이 연말에 24억원밖에 남지 않는다. 정부 지원금을 대폭 증액하지 않으면 원폭피해자 돕기 사업은 2007년에 중단된다.
원폭피해자 기금이 ‘바닥’을 보이는 것은 일본은 생색만 내고, 정부는 무심한 탓이다. 1990년 5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위해 두 나라에서 각각 40억엔(당시 환율로 248억원)씩의 지원금을 갹출하기로 합의했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모든 과거사 배상 문제는 끝났다고 주장해 온 일본은 배상이 아닌 ‘인도주의’ 입장을 내세우며 한국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인 대한적십자사에 40억엔의 집행을 위탁했다. 이를 기반으로 설립된 기금은 적십자사에 등록된 원폭피해자들에게 한해 진료비(보험급여 중 본인 부담금)와 월10만원의 진료보조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사망시 장례비로 15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에 등록지 않은 피해자들은 월 10만원이라는 쥐꼬리만한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일본은 이미 1957년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의료법을 제정하고 1998년까지 원폭피해자 35만여 명에게 25조여원을 지원해왔다. 우리나라도 원폭피해자 특별법을 속히 제정하여 피해자들을 국가에서 도와 줘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