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사례’란 말은 많이 들었다. 이에 비해 ‘낙선사례’란 말은 별로 듣지 못했다. 당선시켜줘서 고맙다는 게 ‘당선사례’라면 ‘낙선사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설마 낙선시켜줘서 고맙다는 말은 아닐테고, 아마 밀어주었는 데도 낙선되어 죄송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같다.
그렇다 쳐도 어법이 안통한다. ‘사례’란 감사하다는 뜻이다. ‘낙선사례’이기 보다는 ‘낙선인사’라고 해야할 일이다. 아뭏든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6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어 0-6으로 완패한 여섯곳 가운데 다섯곳을 들려 ‘낙선사례’를 한 것은 당으로 보아선 잘 한 노릇이다. 속맘이야 쓰리고 아프겠지만 ‘와신상담’이란 고사가 있긴 있다.
그런데 문 의장이 성남에서 몹시 상심했던 것으로 들린다. 성남시청 방문에서 이대엽 성남시장이 직접 마중 나오지 않고 비서실장이 영접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 같다. “성남공화국”이라며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3선 경력의 문 의장 정치 선배다. 당도 틀린 한나라당 소속이다. 문 의장보다 나이 또한 훨씬 많다. 그래도 찾는 손님을 문전 영접하지 않은 걸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시장의 차 접대 초청 자리에 아무 말없이 응했다면 도량 넓은 매너로 문 의장의 판정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정으로도 성이 안 찼던 지 차를 같이 하자는 인편 제안도 뿌리치고 시청을 나온 건 되레 판정승을 상대에게 내준 결과가 됐다.
문 의장은 평소 처신이 그리 가벼운 사람은 아니다. 이런 데도 참을성이 없었던 것은 집권당 의장이라는 일종의 우월감이 작용됐던 탓으로 보인다. 하긴, 관선시절 같으면 여당 의장 앞에서 시장은 고개도 제대로 못들 처지다. 시청 문전 영접이 아니라 관할 경계지점에 나가 행차를 맞이했을 일이다.
그러고 보면 ‘성남공화국’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집권당 의장도 시장자릴 어쩔 수 없는 민선자치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실감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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