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아버지-문창갑

아버지가 오셨다

늙으신 아버지가 오셨다

비 오는 밤에 오셨다

아내의 살냄새 착착 접어

장롱 속에 던져 놓고

늙으신 아버지와 한 이불 속에 누웠다

아버지,

저승꽃 많이 핀 나의 아버지,

쿨럭쿨럭 기침을 하셨다

쿨록쿨록 기침을 하시다가

새우잠을 주무셨다

오늘 아버지가 오셨다

검불 같은 아버지가 오셨다

나를 보러 오셨다

나와 함께 잠자려고 오셨다

나의 손 잡아보려고 오셨다

비오는 밤에 오셨다

비에 젖은 사과 일곱 개

가슴에 안고 오셨다

<시인 약력> 서울 출생 / ‘시와 시론’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 / 시집 ‘빈 집 하나 등에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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