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배우

좋아서 에로배우(성인영상물 배우)를 시작한 사람, 특히 여성은 없다. 거의가 급박한 경제적 이유로 에로영화판에 발을 들여 놓는다. 호기김이나 극영화 진출이 여의치 않아 시작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다. 하지만 제작환경이 열악해 수입은 시원치 않다.

에로비디오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에는 수익도 괜찮았고 전문배우로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지만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원초적인 외국의 불법 포르노물이 유통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출연료도 형편없다. 여배우를 기준으로 에로비디오 한편 찍는데 60만~70만원, 인터넷 성인방송 1일 출연료가 15만~20만원 정도이다. 모바일용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은 1일 촬영에 100만~5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지만 대개 신인시절 한 두번으로 끝난다. 가끔 돈의 유혹에 못 이겨 해외로 나가는 배우도 있다. 출연료가 낮은 남자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투잡스족’이 된다.

에로배우들을 더 힘들 게 하는 건 사회의 곱지 않은 세상이다. “실제 정사가 아니라 연기”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포르노 배우와 동일시한다. 극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옷을 벗거나 정사장면을 연기하는 사람은 스타 탤런트이고, 에로배우들은 정사장면을 실연하는 포르노배우로 여긴다. 더구나 근래 검찰수사가 겹치면서 에로배우들은 ‘죄인의 심정’이 됐다. 처음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까지 받았는데도 음란물로 취급해 배우나 감독이나 ‘죽을 맛’이다. 그나마 감독들이 ‘적은 돈에 옷 벗는 배우들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게 위안이다.

우리 사회는 합법의 틀에서 하더라도 성과 관련된 직업군을 천하게 여기고 터부시한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금언은 우리나라에선 통하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섹슈얼리티의 과잉시대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존재는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내남 없이 사람들은 에로영화를 즐기면서도 출연배우는 이상하게 보는 이중성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에로배우로 산다는 것이 어려워 “적금 만기가 돌아오면 이 생활을 접고 조그만 가게를 낼 계획”이라는 한 여배우의 꿈이 봄나무처럼 보기에 좋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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