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正歌)’란 정악 가운데 가곡(歌曲)과 가사(歌詞), 시조(時調) 등 성악곡(聲樂曲)을 말한다.
가곡과 시조는 3장 4음보 형식의 시조시 사설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적인 형식은 서로 다르다. 가곡은 세악(細樂)의 반주에 얹어 부르는 거대하고 고상한 노래로, 전체 5장과 2개의 여음(대여음·중여음)으로 구성돼 있다. 시조는 초·중·종 3장 형식의 간단한 음악적 형식으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이를 즐기며 생활해 왔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사랑방이나 누각에 모여 거문고 소리에 맞춰 가곡을 부르는 한편 가사와 시조를 읊조렸다. 풍류문화의 운치가 한껏 녹익은 광경이다.
20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국악당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화평무문경기정가(和平無門京畿正歌)’는 이러한 당시의 풍경을 가늠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했던 인간문화재 고(故) 청운 홍원기 선생의 넋을 그 제자들이 받들어 풍류와 시조, 가곡 등을 펼쳐낸다.
가야금과 앙금, 장구의 협연이 빛나는 ‘홍원기 가락 영산회상’과 평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및 평지름시조 ‘바람아 부지마라’, 남창 가곡 및 남녀 교대 창 그리고 태평가(이려도 태평성대)로 귀결되는 프로그램은 봄의 기운이 녹익은 5월의 밤을 정겹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진은 용인대 교수인 이오규 한국전통가곡진흥원 경기지원장(남창)을 비롯해 이화여대 김인제 교수(가야금), 경기도립국악단원 박영기(피리)·박성아(거문고)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16명의 국악인이 모였다. 또 방송인 허인순씨가 사회를 맡아 해설을 곁들여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무분별한 외래 문화의 수용과 범람 속에 옛 정취를 고이 품은 공연 소식은 분명 반가운 손님 만큼이나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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