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워싱턴 공사관

현존하는 ‘대조선 주미국 화성돈(워싱턴) 공사관’은 미국 워싱턴 DC 로간 서클 15 주택가에 있다. 고종황제가 청나라와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1891년 11월 28일 2만5천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구입했다. 대한제국은 박정양을 초대 주미 공사로 임명하는 등 대미외교를 활발히 펼쳤으나 1905년 을사늑약 때 외교권을 상실, 공사관이 사실상 폐쇄됐다.

워싱턴시 토지문서와 학계는 이 공사관 건물이 1910년 6월 29일 단돈 5달러에 우치다 야수야 주미 일본공사에게 넘어 갔고, 얼마 뒤 한 미국인이 10달러에 산 것으로 돼 있다고 전한다. 일제가 사실상 조작한 형식적인 문서를 통해 공사관을 강탈해 간 것이다. 당시 워싱턴에 외교공관을 두었던 나라가 50개국도 안됐던 것을 고려하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주 외교를 펼치려 헸던 고종과 대한제국의 의지가 서려 있는 건물이다.

빅토리아풍의 붉은 벽돌 3층 건물인 공사관 건물은 1890년에 세워졌음에도 외관이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미국인 노부부가 1977년부터 소유하고 있으며 시가는 80달러 수준이다. 그동안 한인단체 등에서 매입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건물주가 교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건물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목사)가 자주 외교의 상징인 옛 공사관 건물을 사들여 역사교육과 민간교류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100만명 서명과 함께 건물 매입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기총은 건물 매입이 이뤄질 경우 층별로 일본식민지배 역사자료실, 한·미외교 120주년 기념관, 한국홍보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미주 이민 100년의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장기적으로 이 일대를 한·미교류의 상징적인 곳으로 꾸며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공사관 건물이 워싱턴에 있었다는 사실과 이후 공사관이 겪은 비운과 곡절은 살아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다. 공사관 건물 매입은 망국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세월을 뛰어넘어 제 쉴 곳을 찾게 하는 일이다. 옛 공사관 찾기 운동의 동참도 중요하지만 먼저 외교통상부가 적극 앞장 서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