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리워한다는 것은

박 광 순

아직도 희미하게 남은

흔적을 따라 길을 나서는 용기

아물지 못하는 상처 보듬고

내일의 희망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일

긴 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끈 놓지 못하는 지극한 순정

곰 삭이고 또 삭이어도

불사의 생명을 자랑하고

자르고 또 잘라내어도

싹이 트는 불가사의라서

먼동이 열리는 언덕 너머로

하얀 입김 불면서 뛰어갔다가

붉은빛 등지고 돌아오는 길

빛바랜 달력에 퇴색된 붉은 동그라미

잡초 우거진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폐가를 비추는 시퍼런 달빛 향기

홍수 지나간 황량한 냇가 모래밭

홍보 전단지 덕지덕지 붙은 담벼락

깊은 밤 홀로 깜박이는 네온사인

비 오는 날 전봇대에 선 나그네

그리움은 그리워할수록 깊다

<시인 약력> 경기 오산 출생 / ‘문예사조’(수필), ‘지구문학’(시)으로 등단 / 시집 ‘아름다운 구속’ 등 5권 / 경기도공무원문학회 회장· 소방공무원문학회 회장·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 현재 광주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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